인터넷과 스마트폰, 인터넷 등 IT기술의 발달로 과거 일부 학자들과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던 고급 정보나 지식을 오늘날 위키피디아(wikipedia), 온라인 대학 강의(MOOC), 유튜브나 블로그 등을 통해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1940년대에서 2000년까지 2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한 논문의 수가 2000년 이후 1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가히 지식 폭발의 시대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혁신 기술은 새로운 변화를 강요한다

IT기술은 지식 전파 속도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의 출현 또한 가속화하였습니다. 업계를 뒤흔드는 혁신 기술이 출현하는 주기도 몇 십 년 단위에서 몇 년 단위로 바뀌었을 정도로 매우 짧아졌습니다.  빠른 속도로 새롭게 출현하는 혁신 기술로 인해 기업과 전문가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혁신 기술을 주도하는 그룹에 속할 것인지 또는 기존 기술을 유지하는 그룹에 속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죠.

피상적으로 가능한 빨리 혁신 기술을 주도하는 것이 유리할 것 같지만, 현실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기존 제품과 서비스로부터 발생하는 매출과 선도적인 지위를 상실할 수 있는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문제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 잠식, Cannibalization)은 식인 풍습을 뜻하는 카니발 (Cannibal)에서 유래한 마케팅 용어입니다. 식인종이 자기 종족을 잡아먹는 것을 빗대어 자기 잠식 또는 제살 깎아 먹기라고 합니다. 즉, 새로운 기술, 제품 또는 서비스가 기존의 것과 중첩되는 영역으로 인해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의미합니다.

기존 기업이 신기술을 채택함에 따라 카니발라이제이션 문제가 발생하기때문에 이 문제를 다룰 전략이 필요합니다. 혁신 기술에 대한 기업의 대응의 방식을 추적하면 기업의 흥망성쇠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전화 시장과 영상 회의 업계에 불어 닥친 혁신 기술의 확산을 짚어보며 카니발라이제이션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1. 인터넷 전화 혁신 기술의 등장
2000년대 초 기업 인터넷 전화 시장은 전화 교환 시스템(PBX, Private branch eXchange)을 개발한 어바이어(Avaya)와 노텔(Nortel) 등이 이끌어나가고 있었습니다. 점차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기업은 컴퓨터를 연결하는 데이터 망과 전화망을 하나로 통합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 데이터 망 시장을 주도하던 시스코(Cisco)는 인터넷 전화 기술을 위한 IP PBX(Internet Protocol PBX)를 개발한 셀시어스 시스템즈(Selsius Systems)를 인수하며 빠르게 기업 전화 시장에 진출하였습니다.

기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던 어바이어와 노텔은 심각한 카니발라이제이션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기존 전화 기술을 지원하는 전화교환기에 인터넷 전화 혁신 기술을 지원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Hybrid) 솔루션을 출시하였지만, 이미 기술 확보 시기를 놓치면서 막대한 기술 개발 비용이 소요되었습니다. 시장에서 혁신 기술이 빠르게 확산할수록 기존 기술에 대한 매출이 급속도로 하락하게 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2010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 기업 전화 시장은 인터넷 전화 기술로 완전히 바뀌었는데요. 시스코는 기업 전화 시장에서 선도 기업이 되었고, 어바이어와 노텔은 시장 점유율을 잃었습니다. 시장에서 혁신 기술이 지배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2. 소프트웨어 기반 MCU의 등장
영상회의 시장에서 핵심 제품은 여러 사람들이 원격으로 영상회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다자간 회의 시스템 (MCU, Multi-point Control Unit)입니다. 초반의 이 시스템은 하드웨어 기반의 고가 장비였습니다. 이후 2015년 값싼 범용 서버에서 구동하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다자간 회의 시스템이 등장합니다. 이 신제품은 기존 신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10배 정도 저렴하였습니다. 

기존 하드웨어 기반 다자간 회의 시스템을 유지하는 그룹은 시스코(Cisco), 폴리콤(Polycom) 이었는데요. 영상 회의 시장의 새로운 흐름에 대한 두 기업의 대응은 매우 달랐습니다. 시스코는 소프트웨어 기반 MCU가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기 시작하자 2016년 소프트웨어 기반 MCU를 주도하는 그룹 아카노를 전격 인수합니다. 이 때 시스코는 하드웨어 기반의 MCU와 소프트웨어 기반 MCU를 모두 보유하면서 심각한 카니발라이제이션 문제에 봉착하였지만, 발 빠르게 모든 하드웨어 기반 MCU를 단종하면서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매출 하락이 발생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시스코는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었고, 폴리콤은 신기술을 가진 제품 출시가 늦어지면서 시장 점유율을 잃었습니다.

3. 클라우드 콜링 기술의 등장
2020년대로 접어들면서 전화 업계에 클라우드 콜링 (Cloud calling)이라는 새로운 혁신 기술이 등장하였습니다. 이 기술은 기업 전화 시장에서 지배적인 기술은 아니지만, 매우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중입니다. COVID-19 판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새로운 근무형태로 자리잡았습니다. 기업의 IT 부서는 구축형이 아닌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호하기 시작했고, 이 것이 기업 전화와 영상회의 시장까지 확장된 것입니다.


성장하는 기업들은 카니발라이제이션 문제를 해결한다

겉으로 보기에 후기 혁신 수용 기업들이 취하는 모든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은 매우 뛰어난 전략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러 연구에 따르면, 어떤 방법과 시기를 선택하더라도 기존 선도 기업은 카니발라이제이션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위에서 보듯 시스코는 클라우드 미팅 서비스 시장과 클라우드 콜링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시스코가 엄청난 성장을 했을 때는 카니발라이제이션 문제를 해결했던 순간이고, 주춤하던 시기는 카니발라이제이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때입니다.

카니발라이제이션과 기업의 발전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 지에 따라 작게는 시장 점유율의 변화가 발생하고, 크게는 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병수
<머신러닝 강의노트> 저자

본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로 LG CNS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사전 동의없이 2차 가공 및 영리적인 이용을 금합니다. 


카니발라이제이션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DX를 추진하고 싶다면?
LG CNS와 함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