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이 곧 신분증이자 지갑이 되는 세상이 됐습니다. SF 명작으로 꼽히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개봉한 2002년만 해도 얼굴 인식으로 전 국민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은 먼 미래의 얘기 같았습니다. 2054년을 그려낸 영화 속 시대상보다 한참 앞선 2022년, 현재 안면인식으로 개인의 신원을 식별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해졌습니다. 다만 사생활 침해, 빅브라더 등 개인정보 관련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비판에 직면하다 보니 활용이 아직 제한적일 뿐입니다.


개인정보 침해 논란은 현재 진행형

2021년 하반기에는 안면인식 데이터 기업 ‘클리어뷰AI’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2017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클리어뷰AI는 페이스북(현 메타), 트위터, 구글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웹사이트에서 수집한 사람들의 얼굴 이미지를 활용해 개인의 얼굴 이미지만 가지고도 특정 개인의 이름, 주소 등의 신원 파악이 가능한 안면인식 솔루션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주목을 받는 기업인만큼 유명세도 치렀습니다.

2021년 영국 개인정보보호당국에 해당하는 정보위원회(IOC)는 영국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며 클리어뷰AI를 상대로 1700만 파운드(269억원)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영국 ICO가 호주 정보위원회(OAIC)와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클리어뷰AI 안면인식 솔루션 데이터베이스에는 100억 개 이상의 얼굴 이미지가 저장돼 있습니다. 이는 미국 FBI의 데이터베이스보다도 큰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전 세계에 광범위한 이용자 정보를 갖고 있는 메타 역시 안면인식 서비스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메타는 2010년 사진과 동영상 속 사용자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 태그를 제안하는 기능을 처음 선보이고 2011년 6월 7일부터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이를 기본 설정으로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일리노이주는 2008년 발효된 생체보호법에 따라 기업이 안면 지도·지문·홍채 등 개인 생체정보를 수집할 경우 당사자에게 사용 목적과 보관 기간 등을 설명하고 사전 동의를 구하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일부 주민들이 소송을 걸었고, 메타는 6억5000만 달러(8200억원)를 지급하고 7년 간의 법정 공방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같은 논란이 부담으로 작용했는지 메타는 결국 2021년 11월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안면인식 기능을 중단했습니다. 다만, 연구까지 중단한 것은 아닙니다. 제롬 페센티 AI 부사장은 “신원을 확인하거나 사기와 사칭을 방지하기 위해 안면 인식 기술은 여전히 강력한 도구다”라며 "이 기술을 계속 연구하고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킬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처럼 규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안면인식 사용을 제한되게 사용하는 것으로 한걸음만 물러난 셈입니다.

국내에서도 메타는 이용자 동의 없이 얼굴 정보를 수집해 2021년 64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습니다. 이 밖에 국내에서는 법무부가 출입국 심사 고도화를 위해 2019년부터 추진 중인 'AI 식별추적 시스템 개발 사업’도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있습니다.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법무부가 보유한 안면 정보를 AI시스템 개발에 활용한 것이 위법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판단을 두고 시민단체는 얼굴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한 법무부에 면죄부를 줬다며 반발하고 있어, 여전히 논란이 남아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게 되는 안면인식

이렇듯 안면인식 기술과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은 수 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안면인식을 활용한 서비스의 범위는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도 서서히 스며들고 있습니다. 

각종 소송에 휘말린 클리어뷰AI사만해도 안면인식 기술을 미국 FBI 등 세계 여러 국가의 사법기관과 기업에 판매 중입니다. 호안 톤 닷 클리어뷰AI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정부 기관 3200곳이 자사 기술을 구매하거나 시험해봤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클리어뷰AI가 얼굴인식 기술을 접목한 증강현실(AR) 안경을 미 공군에 제공하는 계약을 따냈다는 외신의 보도도 있었습니다.

클리어뷰AI사의 기술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 발생한 사망자 신원확인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도 외신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BB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사망자 확인을 위해 클리어뷰AI 말고도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안면인식 기술에 신중한 접근을 보이는 유럽에서도 해당 기술을 일부 활용하는 것은 허용했습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공공장소에서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행방불명 아동의 수색, 임박한 테러 위협 방지, 중대한 범죄로 인한 피의자 검거 등에 있어 예외적 사용을 허용합니다.

영국 IT 매체 와이어드에 따르면 최근 EU 위원회에서는 유럽 전역의 경찰이 수백만 장의 얼굴 사진을 포함하는 사진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하는 것을 추진 중입니다. 다만 여전히 개인정보는 조심스러운 문제기 때문에 일반인 사진이 아닌 용의자나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에 한해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사실 국내에서도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안면인식 출입관리 단말기와 안면인식 결제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생체인증으로 임직원의 출입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들도 늘고 있습니다

사내에서 안면인식 출입을 시범 적용해 온 카카오페이는 2020년 3월 결제 및 송금 서비스에 얼굴인식 기능을 추가했고, 반년 만에 이용자 200만명을 넘겼습니다. 카카오페이는 자체 적용에 그치지 않고 2021년에는 편의점, 마트 등에서 얼굴로만 물건을 살 수 있는 안면인식 결제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다른 금융권 역시 안면인식 결제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2020년 신한카드는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결제 서비스인 ‘페이스페이’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했습니다. 이후 GS리테일을 비롯한 편의점과 인천공항 등 도입처를 늘려나가는 중입니다. 

하나은행도 오프라인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얼굴인증 시스템을 개발 중입니다. 이를 위해 올초 얼굴인식 기업 메사쿠어컴퍼니와 바이오인식 보안 기업 슈프리마, 바이오인증 전자서명 기업 시큐센과 제휴를 맺기도 했습니다. 최근 인터넷 은행인 토스뱅크도 영상인식 AI 기업 알체라와 협업해 비대면 신원확인 솔루션 ‘에어아이디’를 출시했습니다.

이처럼 기업들이 안면인식 관련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전 세계 안면인식 기술 시장이 2020년 38억달러(4조8000억원) 수준에서 연평균 성장률 17.2%를 보이며 2025년 85억 달러(10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마켓앤마켓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예측도 내놨습니다.


안면인식 기술 경쟁, 결국 미중 기술패권 다툼 연장선

안면인식 기술은 아시아 지역 중에서도 중국을 빼놓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이 안면인식 기술 도입과 활용 측면에서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분석 업체 컴패리테크(Comparitech)는 인구가 많은 상위 99개국과 지역을 대상으로 정부기관, 경찰, 공항, 학교, 은행, 직장, 버스, 기차에서 안면인식 기술이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조사해 평가했는데, 중국이 안면인식 기술을 가장 널리 활용하는 국가라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어떻게 중국이 1위가 될 수 있었을까요?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실시간 영상 감시 시스템인 ‘스카이넷(Skynet)’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중국 전역을 24시간 감시, 통제할 수 있는 CCTV 감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했고, 국민들의 반발을 사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국민들의 지지까지 받았습니다. 그 결과 막대한 데이터를 확보했습니다.


컴패리테크에 따르면 중국의 CCTV 카메라 수는 2020년까지 2억~6억2600만대에 달합니다. 중국 당국은 2019년 모든 스마트폰 회사에 유심칩 활성화 시 의무적으로 안면인식 스캔을 하도록 했습니다. 이 같은 정부 정책을 통해 막대한 빅데이터를 축적하고 거대한 내수시장과 정부의 지원사격이 맞물렸으니 중국기업들의 기술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AI 기술 수준은 데이터 양에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미국 정부도 중국 AI 기업들을 견제할 정도입니다.

중국에는 ‘AI 네 마리의 용’으로 불리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상탕커지(센스타임), 이투커지(이투), 쾅스커지(메그비), 윈총커지(클라우드워크)입니다. 이 중에서도 센스타임은 중국 최대 AI 스타트업으로 꼽힙니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구매 덕분에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탕샤오어우 등이 설립한 센스타임은 다양한 분야의 AI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특히 얼굴 인식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센스타임은 현재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신장 위구르족 탄압을 돕는 얼굴인식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는 이유로 센스타임을 투자 제한 블랙리스트에 추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센스타임의 홍콩 증권거래소 상장이 지연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미국의 센스타임 제재는 신장 위구르 관련 이슈도 있지만, 중국과 기술경쟁 패권을 다투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에 견제를 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 보이콧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영국 데이터 분석업체인 토터스 인텔리전스가 4월 공개한 '글로벌 AI 지수' 조사결과에서 1위는 미국이지만 2위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빠르게 미국과의 간격을 좁혀오고 있습니다. 

류은주
IT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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