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시절에는 유저들이 통신망을 통해 주고 받았던 정보들이 해당 정보(데이터)를 작성한 각 개인들의 PC에 저장됐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개인이 소유하는 개방형 구조의 PC통신 시스템은 방대한 정보를 주고받기에는 열악한 통신망 환경 때문에 대중적으로 확산되기 어려웠죠.
반면 웹 2.0 환경은 이용자들이 훨씬 다양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생성, 전달,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플랫폼 사업자 측면에서는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해서 광고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구현하는 ‘플랫폼 경제’ 시스템을 확립시켰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인터넷 세상을 열었습니다. 덕분에 인류의 생활반경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까지 확장되었고,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졌습니다. 이견의 여지없이, 웹 2.0은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와 이를 분석하는 ‘인공지능’의 발전을 촉진시키는 흐름을 낳았다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웹 2.0 환경은 데이터의 ‘소유권(ownership)’을 개인이 아닌 ‘플랫폼’이 갖는다는 점에서 분쟁의 소지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경제가 활발해지면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높아지다 보니, 데이터의 권리를 생산 주체인 ‘개인’이 아니라 그것을 전시(display), 배포(distribute)하는 플랫폼이 가져가는 웹2.0은 이미 구조적으로 갈등의 발생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입니다. 일례로, 플랫폼이 맘에 들지 않아 다른 플랫폼으로 이전하고자 할 때 개인은 기존 플랫폼에서 구축한 팔로어를 데려갈 수 없습니다. 또한 플랫폼에서 계정 정지나 취소 처분을 받게 될 경우, 그 안에서 자신이 구축한 인터넷 환경은 모두 초기화됩니다.
이러한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웹 3.0입니다. 웹 3.0은 플랫폼이 데이터를 독점하던 웹 2.0의 ‘중앙집중형(centralized)’ 시스템과 달리, 디지털 세계의 핵심 자산인 ‘데이터’의 소유권을 개인에게 귀속시키고,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하여 개인 간 거래의 투명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결국 데이터 소유권 관점에서 볼 때, 웹3.0은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기술적 지원 체계입니다.
이는 웹 3.0이 가상자산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하기에 가능한 부분입니다. 웹3.0 환경에서 개인들은 자신의 프로토콜을 형성하여 그 안에 자신이 생성한 데이터를 저장합니다. 블록체인 내에서 발생하는 거래 데이터는 참여한 개인들이 ‘함께’ 검증하는 시스템을 거치기 때문에 중개 플랫폼의 거래 보증이 필요 없습니다. 또한 블록체인에 저장된 데이터의 수정·변경 작업도 데이터 소유권자 외에 다른 개인들의 검증과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데이터의 원형성(originality)과 투명성(transparency), 그리고 구성원들 간의 신뢰성(credibility)이 보장되고 있습니다.
2021년의 주요 화두였던 메타버스와 NFT도 웹3.0 생태계에서 본격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은 자신의 디지털 자산에 NFT를 적용하여 ‘저작권’을 확보하고 ‘거래증명’을 담보할 수 있으며, 메타버스는 개인 창작자들의 자유로운 디지털 거래를 지원하는 온-오프라인 호환 공간을 제공하는 개념으로 확장 중입니다.
웹 3.0 생태계가 확산된다면 플랫폼 중심의 경제 체제에서 ‘개인 주도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도 기대해볼 만합니다. 웹 3.0의 부상은 데이터 소유권, NFT,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다양한 기술적 요인들의 중요성을 일깨웠으나, 대중들이 실질적으로 웹3.0의 효과를 체감하는 부분은 ‘창작자(creator)’ 측면일 것입니다. 사회 곳곳에서, 창작자, 즉 ‘개인’들이 주도하는 문화적, 경제적 활동이 조금씩 플랫폼의 영향력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콘텐츠 창작자로서의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은 웹 2.0 환경에서 중요하게 다뤄졌지만, ‘경제 주체’로서의 크리에이터 역할은 웹 3.0이 논의되면서 본격적으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CB Insight 조사에서는 2021년 상반기에만 창작자 경제 비즈니스 시장에 2020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3억 달러(약 1조 5천억원)의 투자금이 몰렸습니다. 그러다보니 페트리온(patreon), 온리팬즈(onlyfans), 서브스택(substack) 등 데이터의 보존과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웹3.0 기반의 직거래 (D2C) 플랫폼들도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이 중 페트리온의 경우, 2022년 4월 기준으로, MAU가 3백만 명을 돌파했고, 기업가치는 무려 40억 달러로 평가받는 등 웹 3.0 시스템을 빠르게 구축 중입니다. 이제 시장 환경은 ‘개인들’은 자신의 데이터를 플랫폼 내에 쌓아두기만 했던 것을 넘어 자신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경제 활동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 웹 3.0이 온전히 구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이 플랫폼을 선택하는 현상은 웹 3.0 환경이 발전할수록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이 흐름 속에서 플랫폼은 점차 개인들의 창작 행위는 물론이고 이를 통한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개인들이 ‘적극적인 창작자’로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플랫폼은 더 이상 기존처럼 ‘오운드 미디어(owned media)’ 채널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개인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워졌습니다. ‘디지털 긱(gig) 이코노미’가 사회현상으로 자리잡고, 네이버, 카카오 등 웹2.0 기반의 대형 플랫폼들이 이 흐름에 동참하는 것은 웹 3.0의 시대가 머지않았음을 보여줍니다.